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긍정적인 밥/ 함민복

문근영 2009. 5. 11. 11:08

               詩가 있는 풍경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시 읽기 ◆

   하나의 사실을 두고 긍정인가 부정인가에 따라 차이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긍정과 부정에 따라 마음의 행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문인들이 숱한 밤 지새우며 끙끙대던 작업의 공에 비하면 실제의 원고료와 인세는 너무나 박하다. 그래서 직업이 문인인 사람들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풍요를 두고 문인들은 언제나 정신의 풍요를 택하는 사람들이다.

  이 박한 인세와 원고료를 앞에 두고 가난한 시인은 생각한다. 시 한편의 원고료는 쌀이 두 말, 시집 한권에 국밥이 한 그릇, 인세를 교환하면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이나 된다고 긍정하는 것이다.

  땡볕 속에서 땀으로 얻어낸 그것들과, 정직한 사람들의 숭고한 노동에 비하면 내 노동의 대가는 얼마나 고맙고 큰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 두말의 가치, 한 그릇의 국밥의 가치, 굵은 소금 한 됫박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가라고 도리어 자신의 시를 반성해보는 것이다.

  한순간 한 생각에 따라 세상만사가 다르게 느껴진다. 자신이 선택한 만큼 느끼고, 가지고, 누리며 살아간다. 어떤 일도 자신의 긍정과 부정에 따라 마음의 행불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매일 매순간 긍정과 부정의 선택 앞에서 우리는 행복을 택할 것인가? 불행을 택할 것인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