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두레박
박장희
짧은 심지 타들어가는 목마름이지만
우물을 들고 마실 순 없는 법
줄 따라 내리달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어깨를 함부로 우쭐대면서는
제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내려갔다가 애써 올라올 줄 알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갈 줄 아는 지혜로
어둠 몇 길 따라 까마득히 낙하해
차갑게 전신을 담가야
가득한 사랑을 되받을 수 있다
여기저기 벽에 부딪쳐 멍들고 눈물 흘리지만
아프다 투덜대지 않고
목마른 자나 더렵혀진 자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비워버려야 하는 것을
미련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떠나
비우고 낮아져야만
퍼 올릴 수 있는 생명일 것을
◆ 시 읽기 ◆
모든 존재는 제 사명을 다할 수 있을 때만이 존재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두레박의 사명은 물을 퍼 올리는 것이다. 목마름을 위하고, 더러움을 씻어주기 위해 우물 속 어둠 몇 길 따라 까마득히 낙하해서 차갑게 전신을 담가야 물을 퍼 올릴 수 있다. 물을 퍼 올리지 못하는 두레박은 두레박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사람의 사명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한세상 살다보면 여기저기 벽에 부딪쳐 멍들고 눈물 흘려야하지만 아프다 투덜대지 않고, 언제라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나>뿐인 사람은 서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어깨를 함부로 우쭐대면서는 제대로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의 가치를 알아주며 서로 사랑하기위해서는 내려갔다가 애써 올라올 줄 알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갈 줄 아는 지혜로 세상의 흐름을 따라 내리달리며 호흡을 가다듬어야한다.
나뿐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비울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부지런히 비우고 낮아져서 서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의 사명을 다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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