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두레박 / 박장희

문근영 2009. 5. 11. 10:39

                     詩가 있는 풍경

 

 

 

 

 

                         

 

두레박                        

              박장희  

 

 

 

짧은 심지 타들어가는 목마름이지만

우물을 들고 마실 순 없는 법

줄 따라 내리달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어깨를 함부로 우쭐대면서는

제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내려갔다가 애써 올라올 줄 알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갈 줄 아는 지혜로

어둠 몇 길 따라 까마득히 낙하해

차갑게 전신을 담가야

가득한 사랑을 되받을 수 있다

여기저기 벽에 부딪쳐 멍들고 눈물 흘리지만

아프다 투덜대지 않고

목마른 자나 더렵혀진 자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비워버려야 하는 것을

미련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떠나

비우고 낮아져야만

퍼 올릴 수 있는 생명일 것을

 

 

 

시 읽기 

   모든 존재는 제 사명을 다할 수 있을 때만이 존재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두레박의 사명은 물을 퍼 올리는 것이다. 목마름을 위하고, 더러움을 씻어주기 위해 우물 속 어둠 몇 길 따라 까마득히 낙하해서 차갑게 전신을 담가야 물을 퍼 올릴 수 있다. 물을 퍼 올리지 못하는 두레박은 두레박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사람의 사명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한세상 살다보면 여기저기 벽에 부딪쳐 멍들고 눈물 흘려야하지만 아프다 투덜대지 않고, 언제라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나>뿐인 사람은 서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어깨를 함부로 우쭐대면서는 제대로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의 가치를 알아주며 서로 사랑하기위해서는 내려갔다가 애써 올라올 줄 알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갈 줄 아는 지혜로 세상의 흐름을 따라 내리달리며 호흡을 가다듬어야한다.

  나뿐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비울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부지런히 비우고 낮아져서 서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의 사명을 다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