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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양파 / 조정권

문근영 2009. 5. 11. 10:38

                 詩가 있는 풍경

 

 

                 

 

 

양파

조정권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여자가

모임에 나오곤 했었지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비단을 걸치고도 추워하는 조그마한 중국여자 같았지 

 

옷을 잔뜩 껴입고 사는 그 여자의 남편도

모임에 가끔 나오곤 했었지

남자도 어찌나 많은 옷을 껴입고 사는지

나온 배가 더 튀어나온 똥똥한 중국남자 같았지

그 두 사람 물에서 건지던 날

옷 벗기느라 한참 걸렸다네

 

 

시 읽기

 양파를 벗겨 본 사람은 안다. 구리 빛 도는 비늘껍질 속에 겹겹이 싸고 있는 양파의 속은 지극히 가느다란 연초록을 띤 씨앗줄기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웬만큼 산 사람은 사람의 속을 안다. 아무리 요란한 겉치장을 하고 있어도 그 속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겹겹이 싸고 있는 양파의 이미지를 통해, 물질과 허례허식에 치우쳐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고, 애초의 인간본질을 들여다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를 멈출 수는 없듯이,  인간은 어떤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본질 위에 각기 자신이 만들어 내는 소유와 욕망, 잡념과 아상, 가식과 허식 등으로 겹겹이 덮씌우고 있는 만큼의 비례로 어둡고 무거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맑은 색을 겹겹 입히는 수채화도 과용한 덧칠을 거듭하다보면 그림을 망치게 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가리면 가릴수록 위선과 거짓의 무게로 피폐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본질위에 사람이 되기 위한 겉옷을 걸치고 살아간다. 우리는 지금 어떤 옷을 어떻게 걸치고, 어느 만큼의 자의식 속에 숨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