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남해 마늘
고두현
보리밭인 줄 알았지
하늘거리는 몸짓
그 연하디 연한 허리 아래
매운 뿌리 뻗는 줄 모르고
어릴 적엔 푸르게 보이는 게
다 보리인 줄 알았지
배고프단 말 못하는 것들
발밑에서 그토록 단단한 마디로
맺힌다는 것
땅속으로 손 비집고 문질러보기 전에는 왜 몰랐을까
눈물이 어떻게 소금보다 짠지
네가 왜 푸른 잎 속에 주먹밥 말아 쥐고
바닷가 밭고랑에 뜨겁게 서 있는지
◆시 읽기◆
누구나 한번쯤은 웃음 뒤에 감추어진 눈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눈물을 머금고 웃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가슴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다가 마침내 단단한 마디로 맺히고, 단단히 맺힌 가슴을 감춘채로 웃고 있는 웃음은 눈물보다 더 맵고 짠 웃음일 것이다.
마늘이 연하디 연한 허리아래 그토록 매운 뿌리를 감추고 있는 것을 땅속으로 손 비집고 문질러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처럼, 사람의 가슴을 열어 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마늘은 푸른 잎 속에 왜 주먹밥 말아 쥐고 남해 바닷가 밭고랑에 뜨겁게 서 있는지...
사람들은 왜 말하지 못할 것들을 가슴에 단단히 묻고 소금보다 짠 눈물을 삼켜야 하는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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