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 (서울일보) 남해 마늘 / 고두현

문근영 2009. 5. 11. 10:36

                            詩가 있는 풍경

 

 

 

          

 

 

남해 마늘

고두현

 

보리밭인 줄 알았지

하늘거리는 몸짓

그 연하디 연한 허리 아래

매운 뿌리 뻗는 줄 모르고

어릴 적엔 푸르게 보이는 게

다 보리인 줄 알았지

 

배고프단 말 못하는 것들

발밑에서 그토록 단단한 마디로

맺힌다는 것

땅속으로 손 비집고 문질러보기 전에는 왜 몰랐을까

눈물이 어떻게 소금보다 짠지

네가 왜 푸른 잎 속에 주먹밥 말아 쥐고

바닷가 밭고랑에 뜨겁게 서 있는지

 

 

◆시 읽기◆

 누구나 한번쯤은 웃음 뒤에 감추어진 눈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눈물을 머금고 웃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가슴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다가 마침내 단단한 마디로 맺히고, 단단히 맺힌 가슴을 감춘채로 웃고 있는 웃음은 눈물보다 더 맵고 짠 웃음일 것이다.

 마늘이 연하디 연한 허리아래 그토록 매운 뿌리를 감추고 있는 것을 땅속으로 손 비집고 문질러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처럼, 사람의 가슴을 열어 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마늘은 푸른 잎 속에 왜 주먹밥 말아 쥐고 남해 바닷가 밭고랑에 뜨겁게 서 있는지...

 사람들은 왜 말하지 못할 것들을 가슴에 단단히 묻고 소금보다 짠 눈물을 삼켜야 하는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