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숭례문 / 강인환

문근영 2008. 11. 14. 00:40

숭례문 / 강인한

 

 

이 나라에는 숭례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과
숭례문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소

 

집을 한 채만 가지고 있거나 집이 한 채도 없는 사람들은
숭례문을 무서워하고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고 있으며 땅이 많은 사람들은
숭례문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소

 

숭례문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숭례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무섭지만
숭례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숭례문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섭지 않소

 

제1의 사내가 촛불을 들고 숭례문으로 걸어가고 있소
제2의 사내가 촛불을 들고 숭례문으로 걸어가고 있소
제3의 사내가 촛불을 들고 숭례문으로 걸어가고 있소
제4의 사내가 촛불을 들고 숭례문으로 걸어가고 있소
제5의 사내가 촛불을 들고 숭례문으로 걸어가고 있소
제6의 사내도 촛불을 들고 숭례문에서 걸어오고 있소
제7의 사내도 촛불을 들고 숭례문에서 걸어오고 있소
제8의 사내도 촛불을 들고 숭례문에서 걸어오고 있소
제9의 사내도 촛불을 들고 숭례문에서 걸어오고 있소
제10의 사내도 촛불을 들고 숭례문에서 걸어오고 있소
제11의 사내가 촛불이 되어 숭례문에서 걸어나오고 있소
제12의 사내가 촛불이 되어 숭례문에서 걸어나오고 있소
제13의 사내가 촛불이 되어 숭례문에서 걸어나오고 있소

 

길은 지금 숭례문으로 뚫려 있고 숭례문은 분신자살을 하고 거기 이제 없소
촛불을 들고 걸어가거나 촛불이 되어 걸어오는 사람들 가슴 속엔
불타서 주저앉은 숭례문 한 채씩이 꺼멓게 들어앉아 있소

 

'다시 보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류 / 배우식  (0) 2008.11.14
석류 / 이문재  (0) 2008.11.14
가을 식사 / 최금녀  (0) 2008.11.14
파꽃이 피는 이유 / 권정일  (0) 2008.11.14
호미 / 백무산  (0) 200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