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 이문재
인사동에 나갔다가 리어카 위에 놓인 석류송이들을 보았다 매우 젊은 아가씨 서넛이서 아, 석류 좀 봐, 하면서 달겨들었다 석류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알갱이들이 민망해 보이기도 했다 리어카 위로 고개를 수그리는 젊은 여자들의 머리타래가 석류알을 몇 개 건드렸다 간지러워 보였다
인사동과 석류는 제법 잘 어울리는 듯했지만, 저 미니스커트들과 석류는 어쩐지 어색하기만 했다 저 젊은 여자들 속에 석류처럼 익은 게 무어 있을까 중얼거리는데 그중에 누가 오이비누를 썼는지 오이 냄새가 확 퍼졌었다 나는 석류 한 송이를 집어들어 안전핀을 뽑았다 하나 둘 셋, 하고 던졌다 수류탄은 조준한 곳에서 정확히 폭발했다 곳곳에 파편이 튀었다 초가을 입구, 인사동 입구는 아수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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