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가을 식사 / 최금녀

문근영 2008. 11. 14. 00:38

가을 식사 / 최금녀



가을배추를 심었다

순한 배추국을 목으로 넘길 때마다

가까운 이름들이 생각나서

된장 푼 배추국을 한 솥단지 끓여놓고

부를 사람 몇 머릿속에 그리며

눈뜨기가 무섭게 마당으로 나간다


밤새 더 넓어진 구멍들

새로 생긴 바늘 끝 만한 구멍들

벌써 달팽이는 잔디밭으로 몸을 숨기고

배추잎 위에 방아깨비 두 마리

정신없이 겹쳐있다


가을 벌레들도

눈을 화등잔만 하게 크게 뜨고

순한 배춧국 한 솥단지를 맛나게 먹어대는


이 아침의 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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