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식사 / 최금녀
가을배추를 심었다
순한 배추국을 목으로 넘길 때마다
가까운 이름들이 생각나서
된장 푼 배추국을 한 솥단지 끓여놓고
부를 사람 몇 머릿속에 그리며
눈뜨기가 무섭게 마당으로 나간다
밤새 더 넓어진 구멍들
새로 생긴 바늘 끝 만한 구멍들
벌써 달팽이는 잔디밭으로 몸을 숨기고
배추잎 위에 방아깨비 두 마리
정신없이 겹쳐있다
가을 벌레들도
눈을 화등잔만 하게 크게 뜨고
순한 배춧국 한 솥단지를 맛나게 먹어대는
이 아침의 겹상.
'다시 보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류 / 이문재 (0) | 2008.11.14 |
---|---|
숭례문 / 강인환 (0) | 2008.11.14 |
파꽃이 피는 이유 / 권정일 (0) | 2008.11.14 |
호미 / 백무산 (0) | 2008.11.14 |
붉은 염전 / 김평엽 (0) | 2008.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