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속으로
문정희
저 산맥들은
무슨 커다란 그리움 있어
이렇듯 푸르름을 사방에다 풀어 놓았을까
바람 속에 쑥부쟁이 냄새 나는
그리운 고향에 가서
오늘은 토란잎처럼 싱신한 호미를 들고
진종일 흙을 파고 싶다
힘줄 서린 두 다리로 땅을 밟으며
착하고 따스한 눈매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겨드랑이에 정직한 땀냄새가 풍겨
수줍음 타는 처녀가 되고 싶다
그 처녀를 사랑하는
말 못 하는 그대를 만난다면
반가움에 떨며 속으로 조금 울먹이리라
아, 바람이 푸르른 공후를 켜는 날
나는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솔 향내 나는 그리움 속으로 떠나고 싶다
오랜만에 옥양목 저고리 풀먹여 입고
그리운 얼굴들을 만난다면
내 신발은 얼마나 가벼울까
오늘은 빠르고 번쩍이는 것들 죄다 치워 놓고
온갖 슬픔을 접어 두고
푸루른 그리움 속으로 떠나고 싶다
두고 온 고향의 옷깃을 부여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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