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현대불교문학상 제6회 시부분 수상자 수록작품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시집 "무량한 소리"[도서출판 고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목(裸木)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 시전집2 "쓰러진 자의 꿈"[창비]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홍수
신 경 림
혁명은 있어야겠다 아무래도 혁명은 있어야겠다 썩고 병든 것들을 뿌리째 뽑고 너절한 쓰레기며 누더기 따위 한파람에 몰아다가 서해바다에 갖다 처박는 보아라, 저 엄청난 힘을. 온갖 자질구레한 싸움질과 야비한 음모로 얼룩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벌판을 검붉은 빛깔 하나로 뒤덮는 들어보아라, 저 크고 높은 통곡을. 혁명은 있어야겠다 아무래도 혁명은 있어야겠다. 더러 꼿곳하게 잘 자란 나무가 잘못 꺾이고 생글거리며 웃는 예쁜 꽃목이 어이없이 부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때로 연약한 벌레들이 휩쓸려 떠내려가며 애타게 연약한 벌레들이 휩쓸려 떠내려가며 애타게 울부짖는 안타까움이 있더라도, 그것들을 지켜보는 허망한 눈길이 있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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