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한 사람에게 / 이승하

문근영 2008. 11. 8. 21:32


한 사람에게

이승하


너의 속내에 자리한 아픔이 자라나
내가 겪고 있는 아픔보다 더 깊어진다면
나는 지금 자리 정리하고 일어나
네 곁으로 달려가야 하리라
비록 일상의 모든 끈끈한 것들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느낌뿐일지라도

작은 것을 아끼는 부드러운 마음과
작은 것은 버리는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너는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가
나누어 짐지면 살림살이의 무게는
얼마만큼 더 가벼워지는지
너는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가

내 속내에 자리한 아픔이 자라나
네가 겪고 있는 아픔보다 깊어진다 해도
너는 지금 자리 정리하고 일어나
내 곁으로 달려오지 않아도 좋다
비록 일상의 모든 끈끈한 것들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뿐일지라도

‥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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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家 뭉크와 함께 /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어

 

  도 同化야 도 童話의 세계야
  저놈의 소리 저 우 울음소리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 무수한 학살극
  바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아 그런데
  자 자백하라구? 내가 무얼 어쨌기에

 

  소 소름 끼쳐 터 텅 빈 도시

  아니 우 웃는 소리야 끝내는
  끝내는 미 미쳐버릴지 모른다
  우우 보트 피플이여 텅 빈 세계여
  나는 부 부 부인할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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