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억울한 죄인이 없어야 하는데 / 박석무

문근영 2018. 10. 2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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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죄인이 없어야 하는데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살려주기도 하고 또 죽이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 그런데 중간에 재판관이 법을 집행하여 선량한 사람은 편히 살게 해주고 죄 있는 사람은 잡아다가 죽인다. 이것은 하늘의 권한을 나타내 보이는 것일 뿐이다.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 삼가고 두려워할 줄을 몰라 미세한 사건이라도 세밀히 분석하여 처리하지 않고 소홀하고 흐릿하게 하여, 살려야 할 사람을 죽이고 죽여야 할 사람은 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태연하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얻고 여자들을 호리기도 하면서, 백성들이 비참하게 절규하는 소리를 듣고도 그들을 구휼할 줄 모르니 이거야말로 참으로 큰 죄악이다.” (欽欽新書序)

조선왕조 500년 최고의 정법가(政法家)였던 다산다운 주장입니다. 법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법의 집행자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하늘의 권한인 인명의 생사여탈권을 사람인 재판관이 대신할 때의 경건하고 진지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올바르게 천명했습니다. 죄의 유무를 판단하여 벌을 주고 처벌하는 하늘의 권한, 그런 권한을 부정한 재물에 현혹되어 잘못 사용하거나 권력자의 비위에 영합하느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원망과 원한이 하늘을 찌르고, 하늘이 참지 못해 분노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현행의 법에도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권위주의 시대나 독재 시대에, 얼마나 많은 억울한 재판이 계속되었던가요. ‘인혁당 사건’이라는 억울한 재판이 30년이 넘어서야 밝혀지고, ‘오송회’, ‘아람회’ 등 상식 밖의 재판 결과들이 숱한 세월이 흐른 작금에야 무죄로 판결되고 있으니, 그때 그런 판결을 내린 법관들은 오늘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다산은 분명히 밝혔습니다. 재판의 최고 목적은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일이다[冀其無 枉]"라고 했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고문에 못 이겨 거짓으로 진술한 내용임을 빤히 알면서도 권력의 요구에 거부하지 못하고 억울한 판결을 내렸던 불행한 재판들, 요즘 사법부의 시끄러운 사태를 보면서도 옛날을 회상하게 되어서 속이 편치 않습니다.

200년 전의 다산이 오늘의 법관들에게 고합니다. "하늘의 권한을 대신하는 여러분,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하시오. 그래야 하늘의 벌을 면할 것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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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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