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최승호] 인식의 힘

문근영 2012. 5. 23. 06:33

인식의 힘

 

최 승 호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가? 링컨을 생각하라. 스스로 감옥에 갇혀 있는가?

정약용을 생각하라. 소아마비로 고통받고 있는가? 루스벨트를 생각하라. 지진아로

불리며 공부에 낙인이 찍혔는가? 아인슈타인을 생각하라. 굴욕과 모욕에 미칠 것

같은가? 사마천을 생각하라.

잔등에 아이들을 태운 나무말들이 끄덕인다. 그래... 그래... 그래... 머리를 저으며

시큰둥하게 살아온 시간 앞에서 공중에 뛰노는 말들이 그래...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인다. 절망에서 울려퍼지는 음성에 귀 기울여라. 추위 끝에 피는 잎이 한층 푸르

고 폭풍은 나무의 뿌리를 더욱 깊게 만든다. 하늘은 모든 역사를 단련하신다. 하늘은

모든 사람을 단련하신다. 절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떠가는 배에 거친 파도를 보내신다. 절망하는 자는 대담해진다. 산다는 것

은 태어나는 것이고 하루도 자그마한 일생이다.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

마뱀을 태어나게 하여 최후의 날처럼 살게 한다.

 

박주택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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