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참으로 궁(窮)한 사람을 구제해야

문근영 2010. 1. 27. 08:38

『목민심서』애민편의 셋째 조항은 ‘진궁(振窮)’입니다. ‘진궁’이란 세상에서 불쌍한 홀아비, 과부, 고아, 늙어서 자식 없는 궁한 사람인 사궁(四窮)을 돌봐주어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일을 말합니다. 『심청전』을 읽다보면, 공양미 3백석에 심청을 팔고 비탄에 빠져 울부짖던 심봉사의 외침을 기억하게 됩니다. “내가 어찌 ‘사궁지수(四窮之首)’ 되단말가”라는 대목입니다. 자신의 홀아비 신세를 애처롭게 한탄한 말입니다. 홀아비야말로 모든 궁한 처지에서 가장 궁한 신세이기에 ‘사궁의 머리’, 사궁 중에서도 으뜸으로 궁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머리 수(首)’라는 글자를 놓아 눈물샘을 자극했던 부분입니다.


사궁의 보호대책은 동양의 이상사회라던 요순시대부터 강력히 주장되던 인정(仁政)이었고, 어진 정치지도자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그들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궁을 보살피는 일에서 시작하여 가정형편으로 장가 못가고 시집 못가는 궁한 총각처녀들의 결혼도 도와주고, 과년한 처녀의 결혼은 더욱 힘을 써서 성사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합독(合獨)’의 행정도 정성껏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홀아비와 과부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면하기 위해 합해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합독’입니다. 많은 중매쟁이를 동원하여 가능한 홀로 사는 홀아비나 과부가 없도록 합독의 행정을 펴는 것은 어진 정사라고 다산은 극구 칭찬합니다.


더구나 조선시대에는 과부들의 개가(改嫁)를 권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로서 개가하는 일이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마련이었는데, 관에서 힘을 쓰고 마음을 기울여 떳떳하게 개가할 기회를 마련해준다면 얼마나 훌륭한 정치인가요. 그래서 다산은 개가를 권장하는 내용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사회보장제도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약하고 힘없는 백성을 보살피려는 다산의 뜻은 높기만 합니다.


말로만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위한다는 애민(愛民)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정신이 철철 넘쳐흐르는 다산정신이 오늘에도 그립기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