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기생과 논 벌 -꿈속에서도 지향한 도덕성

문근영 2010. 1. 25. 13:27


                                                   
(시「억여행」(憶汝行)에서)


다산은 '도덕적 완전주의자(Moral perfectionist)'를 지향했다. 그는 30세(1791) 때인 4월에 3남 구장()이 세살로 요절하자, 자신의 방탕한 생활로 아들을 잃는 재앙을 받았다고 시「억여행」(憶汝行)에서 자책했다.

어린 아들이 병마와 싸우면서 신음하고 있는 줄 모르고 진주(晋州) 남강에서 기생들과 놀았기 때문에, 하늘이 노하여 아들이 죽는 벌을 내렸다고 자책의 시를 썼다. 기생들과 춤추고 놀았다고 어린 자식을 저승으로 데려간다면, 이 땅에 자식을 키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눈 덮인 산속 깊은 곳에 한 송이 꽃               雪山深處一枝花
복숭아꽃과 붉은 비단처럼 아름다워라           爭似緋桃護絳絲
내 마음 이미 금강석과 쇠가 되었는데            此心已作金剛鐵
풍로가 있다한들 어찌 내 마음 녹이리오         縱有風爐奈如何


다산은 49세(1810) 때인 11월 6일 날 귀양지 다산초당에서 자는데, 꿈에 한 미인이 나타나 자신을 유혹하자, 처음에는 마음의 동요가 있었으나, 시 한 수를 지어주고 고이 돌려보냈다. 꿈을 깨고 나서 미녀에게 써준 시를 시집에 기록했다.

다산이 꿈속에서까지 미인의 유혹을 뿌리친 것은 평상시의 내면세계가 극기와 결백성, 도덕성으로 항상 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면세계에 잠재하고 있는 도덕적 완전주의를 꿈속에서도 지향했다. 평상시의 삶과 꿈속의 세계는 일원적(一元的) 이었다. 현실의 삶과 꿈속의 삶이 같았다. 표리(表裏)가 일치했다.

이와 같이 도덕적 완전주의를 추구한 삶과 철학이 있었기에 『목민심서』비롯한 542권의 저서에서 개혁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글쓴이 / 김상홍
·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 단국대 부총장, 한국한문학회장, 한국한문교육학회장 역임
· 일석학술상, 다산학술상 학술대상 수상
· 저서 : 『다산학의 신조명』, 단국대 출판부, 2009
           『다산의 꿈 목민심서』, 새문사, 2007
           『꽃에 홀려 임금을 섬기지 않았네』, 새문사, 2007
           『다산 문학의 재조명』, 단국대 출판부, 2003
           『조선조 한문학의 조명』, 이회, 2003
           『한시의 이론』, 고려대 출판부, 1997
           『다시 읽는 목민심서』, 한국문원, 1996
           『다산학 연구』, 계명문화사, 1990
           『다산 정약용 문학연구』, 단국대 출판부, 1985
           『다산 시선집 유형지의 애가』, 단국대 출판부, 198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