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함명춘
별채에 박쥐 한 마리 날아들었다
침묵은 그의 유일한 세간살이였고 어둠은 그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그는 그 외의 일체의 어떤 것도 탐하지 않았다 먹지도 않았다
별채는 마을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었다
입주하자마자 그는 장도리처럼 곳곳에 박힌 햇볕을 뽑아냈다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두려움이 그를 덮쳤는지
저녁 어스름이 질 때만 그는 어디론가 나갔다가
크고 단단한 침묵과 어둠을 등에 한 짐 지고
동트기 전 새벽이슬을 밟으며 돌아왔다
언제부턴가 그 짐은 무언가를 짓는 데
필요한 재료로 사용되었다 날마다 그는
자갈이나 모래처럼 침묵과 어둠을 섞어 공그리를 치고
바닥을 다진 뒤 벽을 세웠다 그렇다,
그는 별채 속에 더 큰 별채를 짓고 있었다
별채 속의 별채가 완성된 듯 더 이상 그는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문 앞엔 갖가지 고지서와 신문이 쌓여갔다
우리는 그 별채에 한 발자국도 접근할 수 없었다
별채 주위엔 깊고 높은 고요의 담장까지 세워져 있어
우리들의 신장박동마저 귀청이 나갈 정도로 큰 소음이 되었고
당연히 사소한 그 어떤 한 마디의 말조차도 꺼낼 수 없었다
각자 마음속 어딘가 감춰두었던 욕망도
자신만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죄악과 위선도
엑스레이에 찍힌 것처럼 뼈째 드러났다
들어간다 해도 너무 어두워 돌아 나올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성질이 급한 누군가는 포클레인을 몰고 와 담장과 지붕을 부수고
벽을 허물어뜨렸지만 소용없었다 양파처럼
까도까도 보다 더 큰 별채가 버티고 있었다
그에 대한 의혹과 의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는 별채 속의 별채 속으로
몇 광년 거리의 별처럼 점점 멀어져 갔다
⸻격월간 《시사사》 2018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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