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날다
홍일표
섬진강 모래알들은 손이 없다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최소화에 골몰해온 결과이다
잘라내고 깎아낸 마음의 뼛조각들
어디선가 한 번쯤 스치고 지나갔을 아득한 눈빛들
모래밭에 앉아 진흙투성이 심장을 꺼내본다 진흙의 수많은 손들이 담쟁이 넝쿨처럼 붙어 있는
모래알의 전생이 그렇듯
부풀어 터지기 직전의 풍선이 진흙의 심장이었듯
다 놓고 돌아가는 길
가장 정갈한 휘파람 소리
명료하게 정리된 마음을 들춰 본다
촉촉하게 젖어 있던 저녁이 말라
강가의 모래알들이 수런거리며
떠날 채비를 한다
바람의 무게와 비슷해진 진흙의 후신들
최소화에 전념한 뼈의 의지다
슬그머니 알몸을 밀어 넣어도 잡지 않는
더 이상 잡을 것이 없어 비로소 날개가 돋은
<작가사상 제15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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