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super moon
강영은
시체 위에는 고추밭과 수박밭이 있었는데 개는 안 짖었습니까.
손과 발이 이유 없이 고개를 돌릴 때 달이 떠올랐다. 하반신이 날씬한 에볼라가 검은 대륙을 껴안을 때 달이 떠올랐다.
합삭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혼돈.
위성 같은 연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때 달이 떠올랐다. 사람의 옷을 입은 늑대들이 말라붙은 대지의 젖가슴을 빨 때 달이 떠올랐다.
별이 반짝이는 저쪽에서 달은 무슨 의미입니까, 의미와 무의미의 사이
지구의 무릎 안쪽으로 커다란 자지가 들어왔다. 초록의, 눈부신 음부를 향해 지구의 흉곽이 부풀었다.
삭망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폭력.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밤 달이 떠올랐다. 또 다른 위성을 지닌 것처럼 포기할 수 없는 달빛이 차올랐다.
주기적인 바닷물처럼 다음 생은 약속치 말자.
우리는 개처럼 윙크했다.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 가득 절망의 발바닥 같은 밀물이 출렁거렸다.
- 강영은 시집. 『마고의 항아리』.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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