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뼈
이영옥
발을 버린 말
물 밑에서 조용조용 흘러가는 말
한 번씩 수면 위로 허우적거리는 루머의 팔과 다리
떠도는 말에서 귀를 건져낸다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입술 위에 위태롭게 올린 말들
가장 먼저 등을 보인 말이 제일 따뜻했다
너의 친절한 입모양은 도끼날을 감추기에 좋다
귓속에 사는 주인 없는 말은
벌떼처럼 윙윙거린다
집중호우가 지나가면
범람하는 말들이 괴성을 지른다
천천히 귀가 멀어버린 강
탁한 강물이 맑아지는 사이
발을 찾아온 말이 뼈를 중심으로 몰려든다
입술이 촉촉해진다
-『주변인과 문학』. 2017년 가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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