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콩 / 문정희

문근영 2019. 1. 19. 08:51

 

문정희

 

 

풀벌레나 차라리 씀바귀라도 될 일이다

일 년 가야 기침 한번 없는 무심한 밭두렁에

몸을 얽히어

새끼들만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부끄러운 낮보다는 밤을 틈타서

손을 뻗쳐 저 하늘의 꿈을 감다가

접근해 오는 가을만 칭칭 감았다

이 몽매한 죄

순결의 비린내를 가시게 하고

마른 몸으로 귀가하여

도리깨질을 맞는다

도리깨도 그냥은 때릴 수 없어

허공 한 번 돌다 와 후려 때린다

마당에는 야무진 가을 아이들이 딩군다

흙을 다스리는 여자가 딩군다

 

- 『지금 장미를 따라』. 문정희 대표 시선 / 뿔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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