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의 문체
황봉학
욕심으로 말하자면, 나는 고니의 문체를 닮고 싶었다
일직선으로 굵게 획을 그으며 저 먼 시베리아 어디쯤에서 날아왔을 고니
차마 저 어지러운 송골매의 문체를 고니에게 견줄 수는 없는 일
나는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바람을 뒤집으며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고니의 문체를 닮고 싶었다
그러나 욕심은 손가락에서 자라고 날개는 손가락에서 돋아
내 산책에서 만나는 새는 직박구리요 참새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직각으로 회전을 하는 잡새들의 문체를 닮아 내 손가락에
날개가 돋았으니
무엇인가?
진정 하늘을 난다는 것은
제 몸을 반쪽으로 만들며 수만리 긴 여로를 견디는
고니의 비행경로를 끝내 나는 알지 못하리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김미옥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껴 먹는 슬픔 / 유종인 (0) | 2019.01.19 |
---|---|
[스크랩] 노랑 (0) | 2019.01.19 |
[스크랩] 개 파는 집 / 박주택 (0) | 2019.01.19 |
[스크랩] 개미 / 이경림 (0) | 2019.01.19 |
[스크랩] 나비족 외 1편 / 홍일표 (0) | 2019.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