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노랑

문근영 2019. 1. 19. 08:40

노랑 / 이인원

 

 

장다리 꽃대에 걸려 넘어진

봄볕의 깨진 무르팍에서

보름달 토실한 엉덩이 슬며시 건드려 보는

가을바람의 손바닥 위로

맘 내키는 대로 훌쩍 건너뛰는

가장 발빠른 빛

 

실연으로 미친 경자언니가

사시사철 벗지 않던 원피스 자락에서

뇌막염으로 죽은 오라비의 명찰까지

켜켜이 자란 애증의 둥치를

넉넉하게 감싸안고도 품이 남는

가장 팔이 긴 빛

 

웃음보다 가파른 상승그래프를 그리다가

무서운 고요의 밑바닥으로

몸 사리지 않고 곤두박질치는 빛

그래도

코끝에 생채기 하나 남기지 않은 빛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달맞이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파문 / 이은봉  (0) 2019.01.19
[스크랩] 아껴 먹는 슬픔 / 유종인  (0) 2019.01.19
[스크랩] 고니의 문체/황봉학  (0) 2019.01.19
[스크랩] 개 파는 집 / 박주택  (0) 2019.01.19
[스크랩] 개미 / 이경림  (0) 2019.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