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 이인원
장다리 꽃대에 걸려 넘어진
봄볕의 깨진 무르팍에서
보름달 토실한 엉덩이 슬며시 건드려 보는
가을바람의 손바닥 위로
맘 내키는 대로 훌쩍 건너뛰는
가장 발빠른 빛
실연으로 미친 경자언니가
사시사철 벗지 않던 원피스 자락에서
뇌막염으로 죽은 오라비의 명찰까지
켜켜이 자란 애증의 둥치를
넉넉하게 감싸안고도 품이 남는
가장 팔이 긴 빛
웃음보다 가파른 상승그래프를 그리다가
무서운 고요의 밑바닥으로
몸 사리지 않고 곤두박질치는 빛
그래도
코끝에 생채기 하나 남기지 않은 빛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달맞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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