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고니의 문체/황봉학

문근영 2019. 1. 19. 08:39

고니의 문체

 

                        황봉학

 

 

 

욕심으로 말하자면, 나는 고니의 문체를 닮고 싶었다

 

일직선으로 굵게 획을 그으며 저 먼 시베리아 어디쯤에서 날아왔을 고니

 

차마 저 어지러운 송골매의 문체를 고니에게 견줄 수는 없는 일

 

나는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바람을 뒤집으며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고니의 문체를 닮고 싶었다

 

그러나 욕심은 손가락에서 자라고 날개는 손가락에서 돋아

내 산책에서 만나는 새는 직박구리요 참새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직각으로 회전을 하는 잡새들의 문체를 닮아 내 손가락에

날개가 돋았으니

 

무엇인가?

진정 하늘을 난다는 것은

 

제 몸을 반쪽으로 만들며 수만리 긴 여로를 견디는

고니의 비행경로를 끝내 나는 알지 못하리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김미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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