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우엉의 시 / 송진권

문근영 2019. 1. 19. 08:34

우엉의 시


  송진권



요즘이야 숫제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헤쳐 우엉을 캐내지만

예전에 제가 어릴 때

우엉 캔다고 놉을 얻을 땐

찬찬하니 요령 안 피우고 진득한 사람 아니면

놉을 안 얻었답니다


성질 급하고 대충 얼버무리기 좋아하는 사람 놉 얻어놓으면

술이나 먹고 주정이나 부리다가

우엉 뽑는답시고 중간에 뚝뚝 부러뜨리기 십상이라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하고

집에서 식구들이나 먹거나

동네 인심이나 쓰기 마련이라


아무리 모래땅에 심는다 해도

우엉은 우엉이라

뿌리가 얼마나 깊이 들어가는지

서너 자 깊이로 들어간 우엉을

여간내기 아니면 중간에 안 끊기게

캐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지요

진득하니 꾀 안 피우고 찬찬한 사람 아니면

중간에 끊어지거나 부러뜨리기 일쑤인 까닭이지요



    - 시집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걷는사람, 2018)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