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오줌 뉘는 소리 / 손택수

문근영 2018. 12. 20. 02:38

오줌 뉘는 소리


  손택수



  버스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손주의 고추를 잡고 가로수 밑에서 오줌을 뉜다 마음처럼 시원하게 나오질 않는지 쉬―, 쉬 ―, 하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오줌 뉘는 소리


  화장실에 갔닥 오줌이 나오질 않아 머쓱해질 때가 있다 시가 반짝 떠올라 책상 앞에 앉았는데 한 구절도 씌어지지 않아 애를 태울 때가 많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할머니의 오줌 뉘는 소리


  무슨 주술처럼 시 ―, 시 ―,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노루오줌꽃이 터져나오듯 망울망울 남은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주며 따로 노는 몸과 마음을 한데 이어주는 소리



    - 시집 『목련전차』(창비, 2006)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