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웃음에 대한 비밀
김충규
참을 수 없이 웃는 꽃이 가장 진한 빛깔을 낸다
나비가 속삭일 때 그 속삭임마저 참을 수 없는 꽃이
나비가 발가락에 묻혀온 초록물을 살결에 살짝 적실 때
화들짝 놀라 웃음 터진 꽃이
우리가 꺾어온 것은 꽃이 아니라 꽃의 웃음이다
웃을 때 도드라졌던 꽃의 실핏줄이다
꽃이 웃을 때
나비는 쿡 주삿바늘을 찔러넣어
뇌를 뽑아간다
뇌 없이 웃는 꽃
훅― 실성한 꽃!
- 유고 시집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문학동네, 2013)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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