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처리하는 방법
선비는 이 세상에 나서 이름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이름에 처하는 바는 같지가 않다. 이름이 이르렀건만 내가 이를 피하면 이를 일러 ‘이름을 숨긴다[逃名]’고 한다. 내가 이름과 더불어 이르면 ‘이름을 날린다[揚名]’고 한다. 이름이 이르지 않았는데 내가 맞이하려 들면 ‘이름을 구한다[要名]’고 한다. 이름을 구하는 것은 너무 천박하여 군자가 하지 않는다. 이름을 숨기는 것은 너무 높은지라 군자가 하지 않는다. 다만 행실을 닦고 덕을 쌓으며, 재주를 이루고 바탕이 갖추어져서, 올라가 천하에 드러난 이름을 잃지 않는 것은 비록 성인이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거늘 하물며 보통의 선비임에랴? -〈사림제명록서(詞林題名錄序]〉 6-62
士之生於斯世也, 與名俱生. 而其所處名也不同. 名至而我違之, 謂之逃名; 我與名俱至, 謂之揚名; 名不至而我迎之, 謂之要名. 要名者已庳, 君子不爲也. 逃名者已高, 君子不爲也. 惟行修而德積, 藝成而材備, 昇不失天下之顯名者, 雖聖人不恥也, 矧庸士哉.
사람이 제 이름 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 이름값을 하려면 명실이 상부해야 한다. 겉다르고 속다른 것, 소문보다 실제가 못한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 이름은 내가 얻으려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름은 행위의 결과일 뿐이다. 없는 것을 만들고, 작은 것을 크게 부풀려 얻어지지 않는다. 성실한 노력의 결과 얻어진 이름 앞에 겸손할망정 부끄러워 할 것은 없다. 정작 부끄러운 것은 갖춘 것 없이 얻은 헛된 명성이다. 이런 것은 오히려 재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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