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록과 지위
상관이 나를 엄한 말로 위협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간악한 아전이 비방을 꾸며서 나를 겁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보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재상이 청탁으로 나를 더럽히는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붙들려 하기 때문이다. 무릇 작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사람은 하루도 이 지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흉년에 백성에게 밝게 은혜를 베풀기를 구하다가 들어주지 않으면 떠나간다. 윗 사람이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 이를 거부하였으나 듣지 않으면 떠나간다. 예모에 결함이 있으면 떠나간다. 상관이 언제나 나를 휑하니 날아갈 새처럼 여긴다면 말하는 것을 감히 좇지 않을 수가 없고, 베푸는 바가 감히 무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정사를 돌봄이 성대하여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만약 큰 구슬을 품은 자가 강한 사람을 만나 오로지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한다면 또한 그 지위를 보전하기가 어렵다. -〈영암군수 이종영을 위해 준 말[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7-291
上官威我以嚴詞何也, 謂我欲保玆祿位也; 奸吏怵我以造謗何也, 謂我欲保玆祿位也; 時宰浼我以付囑何也, 謂我欲保玆祿位也. 凡不以祿位爲敝蹝者, 不可一日居此位. 凶年求蠲惠而不聽則去, 上司有徵求, 拒之而不聽則去, 禮貌有缺則去. 上官常以我爲鴥然將飛之鳥, 則所言不敢不從, 所施不敢無禮. 我之爲政也, 沛然若夫夔夔栗栗, 若懷璧者之遇強人, 唯恐其遭攘焉, 則亦難乎其保位矣.
내가 하는대로 남이 나를 대접한다. 윗사람이 나를 능멸하고, 아랫것들이 농간을 부리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남이 나를 업신여기는데도 먹고 사는 문제에 붙들려 전전긍긍한다면 그 자리조차 지킬 수가 없다. 내 마음 속에서 전전긍긍을 걷어내려면 사심을 버려라. 벌떡 일어나 툴툴 털고 떠나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지녀라. 내게 범접할 수 없는 늠연한 기상이 있어 지위에 연연하지 않음을 보이면, 남이 나를 감히 도발하지 못한다. 무례하게 굴 수 없다. 남이 내게 함부로 굴거든 스스로를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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