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울음소리
이철건
가을에 기대어 선 친구의 그림자를 본다
집착을 끝낸 그는
뿌리로 내려가 잠이 들 것이다
내가 이사 온 변방은 늘 쓸쓸하다
비스듬한 오후의 빛으로 누워
안쓰러운 창밖을 바라본다
쓰임받지 못하는 낮달이
옥탑방 지붕의 처마끝에 매달려 있다
슬픔을 촘촘히 베어 편집한다
그 노을에 젖는다
바람 부는 밤 덜 익은 것들의 낙과소리에
어깨가 떨어지고
절룩거리며 기차가 지나가고
부리로 제 발톱을 뽑는 늙은 독수리의 신음소리에
잠 못 이룬다
영혼이 깃든 색소폰이
살아 있는 것의 고통을 나지막이 운다
이철건/ 2013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마음의 철길』eBook 시집『내 마음의 아프리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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