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낮은 울음소리 / 이철건

문근영 2017. 12. 4. 23:20

낮은 울음소리

 

  이철건

 

 

 

가을에 기대어 선 친구의 그림자를 본다

 

집착을 끝낸 그는

뿌리로 내려가 잠이 들 것이다

 

내가 이사 온 변방은 늘 쓸쓸하다

 

비스듬한 오후의 빛으로 누워

안쓰러운 창밖을 바라본다

 

쓰임받지 못하는 낮달이

옥탑방 지붕의 처마끝에 매달려 있다

 

슬픔을 촘촘히 베어 편집한다

그 노을에 젖는다

 

바람 부는 밤 덜 익은 것들의 낙과소리에

어깨가 떨어지고

 

절룩거리며 기차가 지나가고

 

부리로 제 발톱을 뽑는 늙은 독수리의 신음소리에

잠 못 이룬다

 

영혼이 깃든 색소폰이

살아 있는 것의 고통을 나지막이 운다




이철건/ 2013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마음의 철길』eBook 시집『내 마음의 아프리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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