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이 담긴 눈동자
황동규
초원에 쓰러져 다리 버둥대는 가젤의 눈동자
놀란 듯 동그랗다.
그의 목을 암팡스레 물고 있는 치타의 눈동자
조심스레 세로로 째졌다.
가만! 에게 해변에 엎드려
얼굴의 반을 모래에 묻고 반은 바닷물에 적시고 있는
세 살배기 시리아 아기가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수평선은?
물새 날지 않고 파도도 잠든 물가
내 마음은 그를 두고 모래밭을 빙 돌아 걷는다.
지울 수 없는 가로금을 눈동자에 긋고 가는 아기를
에돌아가지 말게, 누군가 정색하고 속삭인다.
그런가? 마음의 족적(足跡)을 캤으니
같이 한번 걸어보세.
—시 전문 계간지《발견》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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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 1938년 서울 출생. 1958년 《현대문학》등단. 시집 『어떤 개인 날』『삼남에 내리는 눈』『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풍장』『외계인』『버클리풍의 사랑노래』『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비가』『꽃의 고요』『겨울밤 0시 5분』『사는 기쁨』등.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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