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뉴스
류인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음악에게 통째로 영혼을 빨아먹히는 기분
가파른 이 최면의 순간은 잠의 입구만큼 부드러운데
출구도 없이 끼어드는 오늘의 뉴스는
갈수록 뒤가 무거워지는 리듬,
거칠게 귓속으로 떨어진다
걸쭉한 늪이 된다
이어폰을 뗀다
찢어지게 귀 아픈 이 침묵은 무엇
낯선 오늘과 익숙한 변명들 사이, 말발굽 모양 입 벌린 포식자의 문장(紋章)이 날뛰고 있다
다시는 잠들 수 없겠다
기괴한 주술이 우리를 훔쳤나
빈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눈 내리뜨고 까마귀떼 깍깍대는 늪지를 걸어가야 하나
망가진 내 귓속에서는 추문이 된 침묵과
창백한 금기인 노래의
혼배성사
—《현대시학》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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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 / 1960년 대구 출생. 2000년 《시와 사람》, 200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여우』『신호대기』.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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