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별의 탄생 / 권운지

별의 탄생

 

권운지

 

 

외로운 별들의 이야기로 티비가 시끌시끌하다.

나는 여자 9호에 관심을 갖는다. 볼륨을 높이고

나는 좀 더 가까이 그쪽으로 기울어졌다.

여자 9호는 결혼한 적이 없지만 파혼을 했다.

여자 9호는 결혼한 적이 없지만 아이가 있다.

여자 9호는 초음파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 별이 되었다.

여자 9호는 아이를 업고 위험한 궤도를 돌고 있다.

여자 9호는 미열에 시달리며 희미한 분홍빛 미소를 띠고 있다.

여자 9호에는 두 개의 쓸쓸한 의자가 있다.

여자 9호에는 천 개의 분화구가 있다.

딩동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버려져 이름 없는 홀로 별이 되고

딩동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여자들은 제 손으로 탯줄을 끊고 푸른 강물에 손을 씻는다.

우주의 먼지 속에서 별은 탄생하고

우주의 먼지 속으로 여자들은 해체된다.

 

『애지』.2016년 여름호. 166쪽.

권운지 : 198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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