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한 빨간 장미 다발
김금융
누가 던졌을까
살얼음 진 강물 속에서 동사한 빨간 장미다발
얼어서 싱싱하게 빛을 뿜는
칼바람 속 유혹
저 장미는 어쩜 나르시스에 빠졌을지 몰라
그대의 간절함이 고드름처럼 매달려도
담너머 지나가는 짓궂은 바람일 뿐이라고
어리석은 오만의 가시만 키웠을지 몰라
따뜻한 방안의 화병에 꽂을 수 없었겠지
내 버석거리는 머리에도
그대의 쿵쾅거리는 가슴에도 꽂을 수 없었겠지
파묻어도 꼿꼿이 일어서는 지난겨울 언 강의 기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열매를 맺게 한다는 은행나무 속설을 따라
차단된 얼음 속에 보관한 걸까
얼어서 더 붉고 싱싱하게 살아나는 장미다발
누가 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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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 2016년 4월호. 80쪽.
김금융 :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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