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동사한 빨간 장미 다발 / 김금융

문근영 2017. 9. 7. 01:17

동사한 빨간 장미 다발

 

김금융

 

 

  누가 던졌을까

  살얼음 진 강물 속에서 동사한 빨간 장미다발

  얼어서 싱싱하게 빛을 뿜는

  칼바람 속 유혹

 

  저 장미는 어쩜 나르시스에 빠졌을지 몰라

  그대의 간절함이 고드름처럼 매달려도

  담너머 지나가는 짓궂은 바람일 뿐이라고

  어리석은 오만의 가시만 키웠을지 몰라

  따뜻한 방안의 화병에 꽂을 수 없었겠지

  내 버석거리는 머리에도

  그대의 쿵쾅거리는 가슴에도 꽂을 수 없었겠지

  파묻어도 꼿꼿이 일어서는 지난겨울 언 강의 기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열매를 맺게 한다는 은행나무 속설을 따라

  차단된 얼음 속에 보관한 걸까

  얼어서 더 붉고 싱싱하게 살아나는 장미다발

  누가 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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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 2016년 4월호. 80쪽.

김금융 :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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