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부여에서 주차장 만들다가 발굴된 보물

문근영 2017. 6. 19. 10:18

부여에서 주차장 만들다가 발굴된 보물



능산리 고분군 및 능산리 사지 일원 전경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

 

1993년 12월 12일, 충청남도 부여군 능산리.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발굴을 계속할 것인지, 다음날로 미룰 것인지를 둘러싸고 발굴단 내에선 한동안 의견이 분분하였다. 발굴 작업 중이던 논바닥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유물처럼 보이는 물체가 출현했다는 보고가 들어 온 것은  저녁놀이 지기 시작한 초저녁 무렵. 그렇게 해서 발굴 작업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계속 야간 발굴 작업을 진행하다 혹시라도 유물에 손상이 갈까, 오늘 작업을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우려의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결국 당시 발굴단의 지휘봉을 잡은 신광섭 국립 부여박물관장은 "밤을 지새더라도 절대 발굴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독려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의 발굴 작업을 감행하였다. 하지만 발굴단의 꼼꼼함과 진지한 탐구적 자세가 논바닥에 묻혀 영원히 사라져 버렸을 지도 모를 우리의 귀중한 유물을 되찾아낸 발굴 작업이자 발굴단의 끈질긴 열정과 정성이 이룩해낸 개가였다.


목관 수조 내 백제 금동대향로 출토 모습


백제 금동대향로 보존 처리 장면



끈질긴 열정과 정성이 찾아낸 우리 문화  


늦가을 저녁 어둠 속에서 불을 밝혀가며 차가운 논바닥 진흙탕 속에 엎드려 커피 마시던 1회용 종이컵으로 조심조심 물을 퍼내가며 이뤄진 '백제 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 발굴 작업. 힘들게 이뤄졌던 발굴 작업이었던 만큼 일궈낸 성과 역시 남달랐던 발굴 작업이었다. 무엇보다도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고고학이 거둔 최대의 성과로 손꼽히는 이 발굴 작업은 자칫 부주의했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천년을 하루 같이 살다 환생하다


그렇게 백제 금동대향로는 1,400여년의 망각의 세월을 땅에 묻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도교 사상과 불교 사상이 가미돼 당시 백제인들의 삶과 종교 그리고 문화를 여실하게 부여주는 유물로 평가받는다. 여의주를 물고 마치 승천하려는 듯 꼬리를 높이 치솟으며 다리 하나를 치켜 들고 서 있는 봉황 모습의 몸통. 다리와 꼬리가 뒤엉켜 향로를 떠받치고 있는 용의 머리 등 전체 높이 64cm, 12cm 높이의 뚜껑과 뚜껑 옆 부분에 새겨진 말은 탄 기마상, 책을 보고 있는 사람, 코끼리를 타고 가는 인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등 다채로운 백제인들의 형상. 꿈틀거림의 선율이 뒤엉켜 역동감을 자아내는 백제 금동대향로는 한마디로 유럽의 바로크 악곡을 압도하고도 남는 우리 문화의 시각적 교향곡 그 자체라 할 것이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능산리 고분군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 건설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주차장 공사가 임박한 때 물웅덩이 진흙 속에서 발견되었다. 오랜 세월에도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진흙에 잠긴 진공 상태에서 보관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바닥에서는 기와 조각과 토기 조각 등이 발견되었다. 주변에서는 섬유 조각도 발굴되었는데, 이 섬유 조각은 백제 금동대향로를 감쌌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 금동대향로왕실에서 제사용으로 사용되던 물건이 천에 곱게 쌓인 채 매장된 것은 사비성이 함락된 후에 약탈과 방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어느 백제인이 이를 급박히 숨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 불개 댕견
글쓴이 : 코스모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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