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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작은 도시 구례, 동편제소리축제로 지리산 곁에 우뚝 서다

문근영 2016. 9. 14. 08:08

 

작은 도시 구례, 동편제소리축제로 지리산 곁에 우뚝 서다

[축제] 2011 구례 동편제 소리축제 열려

 

 

   

  ▲ 개막식을 알리는 합수(合水)의식을 하는 구례군수권한대행 이광택

     부군수(오른쪽)와 최종민 구례동편제소리축제추진위원장(왼쪽)

 

“山의 소리! 江의 소리!”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정통 판소리 문화축제를 꿈꾸며 전남 구례군이 사흘 동안 “2011 구례동편제소리축제”를 열었다.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구례동편제소리축제”는 지난 10월 21일~23일 구례실내체육관을 중심으로 서시천체육공원 야외무대 앞마당, 섬진아트홀, 노고단에서 4개 부문 28개 종목을 선보여 판소리축제에 참여한 많은 사람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계문화유산이 된 판소리는 보통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지역인 남원, 운봉, 구례, 순창에서 불렸던 동편제와 서쪽 지방인 보성, 나주, 목포 같은 곳에서 불렸던 서편제로 가른다. 물론 충청 이북지방에서 불렸다는 중고제, 서편제를 창시한 박유전이 말년에 새롭게 만든 강산제, 동초 김연수가 창시한 동초제가 있지만 역시 큰 가름은 동편제와 서편제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기 이전에는 호방하고 힘 있는 소리인 동편제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으나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뒤 온 나라가 고통에 빠지자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온다.’는 서편제 소리가 차츰 인기를 얻었다. 그 뒤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은 판소리하면 ‘서편제’를 떠올리게 되었고 동편제는 서서히 열기가 식어갔다.

 

그러나 동편제의 대부 격인 송만갑(宋萬甲, 1865~1939), 박봉술(1922∼1989) 같은 쟁쟁한 명창의 뒤를 이어 후학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이어졌고 3년 전부터는 동편제 소리의 부흥을 위해 ‘구례동편제소리축제’라는 큰 잔치를 열게 된 것이다.

 

   

 

▲ “이 시대 동편제 판소리” 공연에서 동편제 옛 명창의 소리를 복원 공연하는

김일구 ㆍ김영자ㆍ박명언 명창과 육자백이를 하는 이난초 명창과 4명(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번 “2011 구례동편제소리축제”는 구례동편제소리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구례군, 전라남도, 국악방송이 후원한 큰잔치로 21일 오후 3시 중요무형문화재 제83-가호 “구례향제줄풍류” 공연을 시작으로 축제는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구례향제줄풍류”는 구례지방에서 전승되는 현악영산회상(絃樂靈山會相)이란 기악곡을 말하는데 일반인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공연으로 소리축제의 첫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이어 단소부문 예능보유자 이철호 명인과 연주자들이 하현도드리, 가야금병창 ‘호남가’, 별곡이 이어졌다.

 

이날 저녁 7시 구례군수권한대행 이광택 부군수와 구례동편제소리축제추진위원장 최종민(철학박사,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교수)의 합수의식(合水)으로 시작된 개막축하공연 “이 시대 동편제 판소리”는 전설적인 동편제 판소리 명창들 곧 박봉술, 강도근, 정광수 명창의 소리를 재현해 보이는 무대로 매우 뜻 깊은 공연이었다. 특히 김일구 명창이 박봉술 전승의 판소리를, 김영자 명창이 정광수 전승의 판소리를 복원해냄으로써 사라지지 않고 오늘에 이어지는 동편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 유성준 명창에 대해 강연을 하는 최동현 교수와 유성준제 수궁가를 부르는 김영자 명창(오른쪽)

 

 

한편, 섬진아트홀에서는 유성준 명창 기념강연 및 판소리 감상회가 열렸다.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명창 유성준의 생애와 예술”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여러 문헌과 자료를 들어 유성준 명창이 당시 송만갑 명창과 어깨를 겨눌 정도의 대단한 명창이었음을 밝혔다. 강연 뒤에는 김영자 명창이 유성준제 수궁가 대목을 구성지게 불러 청중들의 많은 손뼉을 받았다. 행사가 끝난 뒤 고려대 서연호 교수는 쟁쟁한 동편제 명창들을 배출한 구례가 부럽다며 특히 폐허 직전에 있는 유성준 명창 생가를 하루속히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강연 뒤에는 유성준, 송만갑, 박봉술 명창 생가 방문이 있었다.

    

 

▲ “나도 소리꾼” 경연에서 상엿소리 공연을 하는 봉남리 주민들

  

 ▲ “20 11 구례동편제소리축제” 내내 맛깔스러운 해설로 구례군민들을

     격려한 최종민 구례동편제소리축제추진위원장

 

판소리 공연이 펼쳐진 실내체육관 밖에서는 흥겨운 농악단 공연이 있었는데 첫날 구례 각 면에서 출전한 농악단들의 경연이 있었고, 마지막 날은 지난해 무형문화재 제11-바호로 지정된 구례잔수농악의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구례잔수농악은 50~70대의 노년층으로 구성되었지만 힘차고 흥겨운 공연을 선보여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또 구례구전부르기대회 “나도 소리꾼”은 동산마을의 열두 달 액맥이, 황전과 냉천마을의 노동요인 목도소리, 봉남리의 의식요인 상엿소리들이 출연하여 마을에 내려오는 노래소리를 아낌없이 들려주었다. 그러나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공연되어 어색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지역주민의 순수한 열정이 돋보였다. 다만, 좀 더 많은 마을에서 참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피아노 고수 임동창과 함께하는 동편제 소리”에서 “목포의 눈물”을 연주하여

      청중들의 합창을 불러낸 이생강 명인

  

  ▲ 강정숙과 제자들의 가야금병창 장면

 

전 축제기간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공연은 둘째 날 저녁의 “피아노 고수 임동창과 함께하는 동편제 소리”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무대를 휘어잡는 임동창 풍류피아니스트는 아쟁의 달인 백인영, 대금과 모든 전통관악기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천재명인 이생강과 함께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특히 이생강 명인이 ‘목포의 눈물’을 연주할 때는 청중들이 함께 공연장이 떠나가도록 열창하였으며 또한 임동창의 피아노에 맞춰 전인삼ㆍ채수정 명창이 판소리 음색으로 부른 대중가요도 청중들의 재청 세례를 받았다.

 

서울에서 불원천리 달려왔다는 외국인 오수잔나(53, 직장인) 씨는 “구례에서 이렇게 뜻깊은 동편제 판소리를 통해 한국문화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특히 한국음악은 틀에 짜인 다른 음악에 견주어 즉흥성이 큰 데도 이렇게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훌륭하다.”라며 다른 이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 “동편제와 함께 하는 21C국악한마당”에서 “풍류도시”를 연주하는

남성국악실내악단 <불세출>

 

또한, 지리산 등반길에 들렸다는 유인숙(54살, 서울) 씨는 “지리산에 왔다가 동편제 판소리 축제가 있다고 해서 들렸다. 생각보다 짜임새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동편제 소리를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어 기쁘다. 서울에서는 동편제소리축제 홍보를 접하지 못했다. 이렇게 좋은 소리축제에 온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판소리를 이 시대의 문화예술로 승화시켜가려고 마련한 “구례동편제소리축제”는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는 만큼 약간의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었다. 특히 관람객이 적어 잔치 분위기가 크게 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구례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근 도시 그리고 가을 단풍철에 지리산을 찾은 등산객들까지 흡인할 수 있다면 굉장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동편제의 고향인 구례의 젊은이들을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폐막공연인 “동편제와 함께하는 21C 국악한마당”의 경우 젊은 층 겨냥의 공연이었음에도 젊은이와 학생들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중고년층이 대부분이라 일부 소화하기 어려운 공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구례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층의 참여방안을 연구한다면 더욱 뜻 깊은 축제로 자리 잡아 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임동창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판소리 음색으로 대중가요를 불러 청중들을

    매료시킨 전인삼ㆍ채수정 명창

  

  ▲ 무형문화재 제11-바호로 지정된 구례잔수농악의 풍물굿 모습

   

인구 27,000여 명의 작은 도시 구례에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도시도 치루기 어려운 훌륭한 축제를 치러 내었다는 것은 동편제 소리의 고장으로서 대단한 열정과 자부심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호방하고 남성적인 분위기의 우조선율을 많이 써서 쭉쭉 뻗는 소리를 내는 동편제소리, 소리에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잔가락을 적게 붙여 노래의 끝마침을 명확하고 시원하게 풀어내던 송우룡, 송만갑, 유성준, 정광수, 박봉술 같은 전설적인 소리꾼의 고장 구례에서 펼쳐진 ‘2011 구례동편제소리축제’는 깊어 가는 지리산 가을단풍과 어우러져 붉게 타들어갔다. 더욱더 알찬 모습으로 선보일 내년 축제를 벌써 기대해본다.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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