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일본 교토에서 천황을 사로잡다
[서평] ≪이순신의 반역≫, 유광남, 스타북스
“무능한 왕 선조와 당쟁부패(黨爭腐敗)의 신하들
이들은 병마(病魔)이며 내 절망적 고통의 시작과 끝이다.
그들을 모조리 달 밝은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내 목을 베고 싶다.
아마도 그들의 피는 붉지 않을 것이다.
오염(汚染)된 그 피를 거북도 외면하리라.
길은 외길이다. 반란(反亂)!”
"무능한 임금 선조와 장쟁부패의 신하들을 모조리 달 밝은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 복을 베고 싶다“라고 이순신은 심중일기(心中日記)외친다. 그것은 반란이다. 이순이 반란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는 엄청나게 다른 이야기다. 바로 소설가 유광남이 쓰고 ”스타북스(대표 김상철)“가 펴낸 ≪이순신의 반역≫에 아오는 내용이다.
이순신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었고,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람이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는 긴칼을 쥔 채 우뚝 서 있는 사람이 이순신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선조에게 끌려가 죽을 뻔했던 억울함을 감수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순신이 답답했을 수도 있다. 자신이 아닌 백성을 위해 반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바람을 이 소설을 극대화로 풀어냈다. 물론 이 소설에서도 이순신은 처음에 번민으로 시작한다. 역시 조선 사대부의 한 사람이었던 이순신이 섣불리 반역을 꾀할 리가 없을 터이다. “이미 경고했거니와 나라의 위기를 틈타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다.”
그러던 그가 어떻게 반역을 했을까? 어떻게 일본 고토까지 쳐들어가 천황을 사로잡았을까? 그 중심엔 항왜장군 김충선(일본 이름 시야가)이 있었다. 그는 임진왜란 초기에 조선에 투항한 일본장수였다. 그 김충선과 이순신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 소설의 부제는 <이순신의 장계는 누가 훔쳤을까?>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이순신이 판중추부사였던 정탁의 상소문 덕분에 죽음의 위기에서 구명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 유광남은 이순신의 구명은 한 통의 상소문이 아니라 없어졌다 찾게 된 이순신의 장계 덕분이었음을 선조수정실록을 통해 밝힌다. 또 김덕령 장군의 죽음에 대한 의혹도 규명한다.
그러면서 소설가 유광남은 부르짖는다. “역사는 때로 수정되어야 한다.”라고. 그가 수정하고 싶은 역사는 무엇인가? 이 흥미진진한 소설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애국이 무엇이고, 진정한
역사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뇌게 된다.
가끔 역사는 역사학자가 아닌 소설가에 의해 뒤집히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도 역사를 완벽한 자세로 접근하는 역사학자보다는 꿈을 꾸고,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 아닌지 모른다. 어쩌면 이 소설의 지은이 유광남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소설은 이야기 전개가 다른 소설에 견줘 빠르지는 못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뭔가 골똘히 생각하면서 끝까지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는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신묘년 토끼해를 마무리해야만 한다. 저물어가는 신묘년을 ≪이순신의 반역≫과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 이순신을 난중일기가 아닌 새로운 눈 “심중일기(心中日記)”으로 바라보고, 또 다른 사람 항왜장수 시야가 김충선 “난중일기(亂中日記)”를 통해 역사를 새롭게 써가는 소설 ≪이순신의 반역≫은 새롭게 다가오는 임진년을 더욱 환하게 해줄 것이다. 유광남과 함께 “대한민국을 바꿔라! 조선을 바꿔라! 때를 놓치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라고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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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항왜장수 김충선, 내게 소설을 쓰게 했다
[대담] ≪이순신의 반역≫ 지은이 유광남
- ≪이순신의 반역≫ 어떤 계기 어떤 심정으로 썼는가?
“알려지지 않은 항왜장수 김충선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같이 근무하던 사람이 김충선 후손이었는데 그 덕분에 대구 우륵동 사당에 가서 문중회장을 면담하고 그의 무덤에 뫼절을 하면서 대단한 장수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김충선을 테마로 3권짜리 소설을 쓰는 가운데 출판사에서 중심인물을 김충선이 아닌 이순신을 먼저 내보자고 해서 쓰게 되었다.
나는 몇 년 전 내가 속했던 집단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억울하게 옥에 갇혀 죽을 뻔했던 이순신의 심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심중일기’였다. 심중일기를 만들어내면서 나는 나의 억울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순신의 억울함에 견주면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은 나의 억울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어디까지 허구인가? 혹시 사람 외에 전개되는 이야기 모두 허구인가?
“물론 소설은 허구이다. 하지만, 실제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소설은 의미가 없다. ≪이순신의 반역≫은 꿈과 관련된 이야기만 허구일뿐 나머지 것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다. 선조실록에는 없는 이순신의 장계가 선조수정실록에서 찾은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다.”
- 시야가 김충선이 조선의 문물에 반하여 귀순하고 공을 세웠다고 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엇 때문에 귀순하였을까?
“비밀이다. 그에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앞으로 나올 소설 <항왜장군 김충선>을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항왜장군 김충선>의 중심 이야기를 지금 털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ㅎㅎㅎ) 이해해 달라.”
- 그래도 조금만 귀띔해달라.
“아주 조금만이다. 김충선은 역사적 인물이기도 하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인물이었다. 김충선은 조국 일본을 배신한 조일인이면서 조선을 위해서 엄청난 일을 했다. 앞으로 나올 소설에는 그를 조명하면서 기록을 바탕으로 충분한 상상력을 더해 아주 재미난 소설이 태어날 것이다. 그를 통해서 꼬이고 꼬여 있는 한일 두 나라의 관계를 풀어내고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받아내고 싶다.”
- 실제 김충선이 이순신과 의기투합하였다면 풍신수길을 제압했을까? 지은이의 생각을 말해달라.
“수만 명이라는 임진왜란 전쟁포로 가운데 조선은 겨우 6천 명만 데려왔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살았을 포로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포로를 데려올 수 있으려면 당연히 풍신수길도 제압했을 것이다. 철두철미하고 전투에 뛰어난 이순신과 일본을 꿰뚫고 있었음은 여러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김충선의 조합이라면 충분히 해냈을 것이다.”
- 결말을 보면 일본을 쳐들어가 천황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이순신의 꿈으로 끝났다. 소설이기에 그냥 무산된 꿈이 아니라 실현된 꿈으로 끝냈을 수는 없었을까?
“많은 독자가 그런 얘기를 한다. 그런데 나는 소설을 쓰면서 완전한 허구보다는 진실이 담긴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벗어나지 않은 과정을 쓰려 했다. 하지만, 앞으로 쓰고 싶다. 어쩌면 나의 간절한 소망인지도 모른다.”
- 앞으로 계획은
“조선시대는 알려내야 할 것이 참 많다. 하지만, 근대에 견주면 자료가 별로 없다. 그것을
소설가로서의 창작력을 발휘하여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2ㆍ8독립선언을 한 탓에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하여 죽을 뻔한 조선인들을 변호해 풀려나게 해준 일본인 후세다츠지 변호사와 전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일가를 소설로 쓰고 싶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 “한류”에 흥분하여 한국을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원조는 김충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광남 소설가와 대담을 하는 내내 부드러움 속에서 언뜻언뜻 내비치는 강렬한 조국애에 나도 하릴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순신의 반역≫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나올 그의 소설에 엄청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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