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물속에 가라앉은 꽃무늬치마 / 유미애

문근영 2016. 5. 7. 08:19

 

물속에 가라앉은 꽃무늬치마  

 

       유미애 

 

 

 

 

  뚱뚱한 치마가 홀쭉한 치마에게 들려주네

 

  식당 부엌에서 여자가 젖은 달을 닦네, 늦도록

 

  꽃의 누수를 막는 치마는 숨이 찼네 커튼 저편의 첼로 소리는 별에 가까웠고 나비의 저녁들은 쟁반 위로 피어올랐지만 그늘에 엎어놓은 달에선 생선냄새가 풍겼네 민무늬 치마에 갇힌 얼룩덜룩한 나비처럼 그녀의 기도는 한결같았네 거품 속 여자가 마지막 달을 들어올렸을 때 노랑 치마가 파랑 치마에게 일러주네 암소보다 표범, 백합보다 패랭이로 살아 있을 것

 

  목덜미 푸른 생선장수가 여자를 업고 다시 계단을 오를 때

 

  뚱뚱한 꽃 홀쭉한 꽃 노랑 꽃 파랑 꽃 밤의 난간으로 몰려와 죄를 펄럭였네 오래된 치마를 찢었네

 

 

 

 

            《시와 소금》 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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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애 / 1961년 경북 문경 출생. 2004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손톱』.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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