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 가는 것들은 왜 매달려 있는가
이승희
저 집들
골목길에 매달린 채
노랗게 익어 가는 중
노랗게 목매다는 중
잎이 지듯
고양이 두어 마리 툭툭 떨어져 나간 길
바람 불면
먼 집들의 불빛이 흔들려서
나는 한없이 느린 걸음
아직 불 켜지 않은 마음
불 꺼진 집 앞에서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
거기 살아갈 것들의 이름처럼
그 위태로움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붉어지고 싶어서
세든 가난에도 툭툭 불 켜지는 밤
모두 마찬가지가 되고 싶은 밤이면
나는 어디에 목매달고 살아가나
밤의 산책은
느리다
닿으면 썩어 갈 착한 것들
살아갈 것들을 품고 있어서 위태로운 무게
—《문장웹진》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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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1997년에『시와사람』으로, 1999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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