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류관
성동혁
새들이 빈 나무에 가 투명하게 목매단다
저택의 지붕을 찢어 내고
햇볕이 부엌까지 든다
신성한 가시밭은 골짜기의 초입으로 들어와 자랐다
몸은 닦을수록 제물처럼 크다
걸을 때마다 튀는 파편
호수를 뒤집어쓴 돌무화과들이 성장한다
파편은
언덕을 오를 때 둥글어지고
벼랑을 따라 이끼들이 층계를 오르듯
자란다 눈감은 발자국이 과실을 무너뜨리고
새벽 화장실에서 트럼펫을 부는 소년은 나였다
수건이 거친 물결 모양 구름처럼 흘러갔었다
아버지의 빵을 먹었다
호수가 나의 다리에 와
붉게 언다
—《시작》2012년 겨울호
-------------
성동혁 / 1985년 서울 출생. 대진대 국문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재학 중. 2011년 《세계의 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허니 밀크 랜드의 체크무늬 코끼리 / 유형진 (0) | 2016.05.06 |
|---|---|
| [스크랩] 익어 가는 것들은 왜 매달려 있는가 / 이승희 (0) | 2016.05.06 |
| [스크랩] 도미노 / 함기석 (0) | 2016.05.06 |
| [스크랩] 아쟁을 타고 가는 나타샤 / 김재근 (0) | 2016.05.06 |
| [스크랩] 에릭사티를 듣는 밤 / 최형심 (0) | 201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