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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쟁을 타고 가는 나타샤 / 김재근

문근영 2016. 5. 6. 07:06

아쟁을 타고 가는 나타샤

 

   김재근

 

 

 

나타샤를 태우고 나의 태양은 어디까지 흘러갔을까

요람은 이미 뜨거워 타오르는데

뒤척일 때마다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후생으로 뛰어내려

 

눈을 가리고

죽은 새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때

내게 전생은 물속 같아

그림자 같아

식은 입술 같아

누구도 만질 수 없는데

 

수면 위를 걷는 그림자가

물 밑에 두고 온 자신의 울음소리 같아

입을 벌리면 검은 밤이 쏟아져

 

이런 밤이 저절로 떠가고

고양이가 날아가고

접시가 날아가고

행성이 저물고

오늘밤,

언니들은 울어야만 해

 

비눗방울이 아름다워

눈동자에 피어나는 장미넝쿨,

컴컴한 장미의 눈 속으로 기차는 달려오고

차창에 바비인형이 흔들리는 목을 내밀고

다음 생은 비극으로 물들기를 꿈꾸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의 요람도

깜깜한 밤으로,

푸른 연기의 바깥을 미행하지

 

향 하나를 피우면 전생이 돌아오고

밤의 검은 창문 너머

활을 켜며,

아이들이 하나씩 별을 건너갈 때

시간을 가두었던 울음이 마저 풀리지

바람은 색(色)을 바꾸고 입술을 찾아오지

 

언니의 희고 긴 다리가 그립지만

오늘 밤은 아쟁을 타고 심해로 심해로, 입술은 휘파람 불며 말라가

 

 

 

                       —《현대문학》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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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 1967년 부산 출생. 부경대 토목과 졸업. 2010년 <창비>신인상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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