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쟁을 타고 가는 나타샤
김재근
나타샤를 태우고 나의 태양은 어디까지 흘러갔을까
요람은 이미 뜨거워 타오르는데
뒤척일 때마다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후생으로 뛰어내려
눈을 가리고
죽은 새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때
내게 전생은 물속 같아
그림자 같아
식은 입술 같아
누구도 만질 수 없는데
수면 위를 걷는 그림자가
물 밑에 두고 온 자신의 울음소리 같아
입을 벌리면 검은 밤이 쏟아져
이런 밤이 저절로 떠가고
고양이가 날아가고
접시가 날아가고
행성이 저물고
오늘밤,
언니들은 울어야만 해
비눗방울이 아름다워
눈동자에 피어나는 장미넝쿨,
컴컴한 장미의 눈 속으로 기차는 달려오고
차창에 바비인형이 흔들리는 목을 내밀고
다음 생은 비극으로 물들기를 꿈꾸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의 요람도
깜깜한 밤으로,
푸른 연기의 바깥을 미행하지
향 하나를 피우면 전생이 돌아오고
밤의 검은 창문 너머
활을 켜며,
아이들이 하나씩 별을 건너갈 때
시간을 가두었던 울음이 마저 풀리지
바람은 색(色)을 바꾸고 입술을 찾아오지
언니의 희고 긴 다리가 그립지만
오늘 밤은 아쟁을 타고 심해로 심해로, 입술은 휘파람 불며 말라가
—《현대문학》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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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 1967년 부산 출생. 부경대 토목과 졸업. 2010년 <창비>신인상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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