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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당신 잠 속으로 꽃을 물고 / 정수경

문근영 2016. 5. 2. 08:22

당신 잠 속으로 꽃을 물고  

 

   정수경

 

 

 

지퍼는 순서가 틀린 것에 반항하며 옷자락을 물고 있다.

시간이 녹아 흘러내린다.

 

저녁 목구멍이 햇빛을 삼키고

우울한 식탁에선 키 다른 젓가락들이 키를 맞추는 소리.

 

잠은 청할수록 불면의 뒤란에 양귀비를 키우고

시간의 벽 뒤에는 꽃뱀이 숨어 있어

 

고양이 방울이 피아노 줄 고르듯 암호를 딸랑거리면

꽃뱀은 양귀비꽃 한 송이 꺾어 들고 잠 속으로 들어온다.

 

지퍼 발자국에 모자를 벗어던진 빗방울

구름 속에서 발바닥이 간지러워 잠을 끌어다 덮을 때

 

불순한 꽃을 오려 만든 가면 쓰고

외진 밤, 붉은 심장을 부르며 새 떼가 날아간다.

 

구름무늬를 골라 딛는 당신 잠 속으로 또 다른 꽃을 물고.

 

 

 

                      —《현대시학》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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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 1960년 경북 문경 출생.  2008년《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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