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잠 속으로 꽃을 물고
정수경
지퍼는 순서가 틀린 것에 반항하며 옷자락을 물고 있다.
시간이 녹아 흘러내린다.
저녁 목구멍이 햇빛을 삼키고
우울한 식탁에선 키 다른 젓가락들이 키를 맞추는 소리.
잠은 청할수록 불면의 뒤란에 양귀비를 키우고
시간의 벽 뒤에는 꽃뱀이 숨어 있어
고양이 방울이 피아노 줄 고르듯 암호를 딸랑거리면
꽃뱀은 양귀비꽃 한 송이 꺾어 들고 잠 속으로 들어온다.
지퍼 발자국에 모자를 벗어던진 빗방울
구름 속에서 발바닥이 간지러워 잠을 끌어다 덮을 때
불순한 꽃을 오려 만든 가면 쓰고
외진 밤, 붉은 심장을 부르며 새 떼가 날아간다.
구름무늬를 골라 딛는 당신 잠 속으로 또 다른 꽃을 물고.
—《현대시학》2013년 1월호
--------------
정수경 / 1960년 경북 문경 출생. 2008년《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우연의 자판기 / 이기인 (0) | 2016.05.02 |
|---|---|
| [스크랩] 黃鳥歌 (외 1편) / 강영은 (0) | 2016.05.02 |
| [스크랩] 시인의 영토 (외 1편) / 전기철 (0) | 2016.05.02 |
| [스크랩] 사막의 식당 (외 1편) / 김성대 (0) | 2016.05.02 |
| [스크랩] 스민다는 것 / 안성덕 (0) | 201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