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鳥歌 (외 1편)
강영은
강물에게 입이 있다면 물결이리
옅고 짙은 이파리처럼 더러는 반짝이고
더러는 잠잠한 입
얼어붙은 잠을 씻어주는 강바닥의 돌멩이들도
저들끼리는 흐르는 입이리
부비며 부대끼며 잇몸 깨물던 강둑의 풀도
비애(悲哀)에 젖은 입술
수종사 종소리에 닿으면 저물녘이라 발음하리
두 갈래 혀가 만나고 헤어지는 두물머리
머리 둘 곳 없는 괴로움에 대하여
딱딱한 산그늘은 삼키고 노랗게 물든
꾀꼬리를 날려 보내리
나는 언제 내 노래를 부르나
강둑의 느티나무는
무릎이 시린 줄도 모르고 잎사귀 점을 치리
서산 너머 날아간 해는 어디쯤
종소리를 내려놓을까
종소리가 새들을 풀어놓을 때까지
물 위에 떠도는 푸른 시간들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
흘러간 노래에 대하여 고민하는
일몰은 더욱 풍성해지리
———
*『삼국사기』고구려본기 「유리왕조」편.
—《시산맥》2013년 봄호
앵무歌, 눈물의 이면
눈물은 어디서 태어나나
당신 눈 속에 괴어있다 꽃으로 피어나나, 당신 입속에 잠겨 있다 혀로 돋아나나
뺨 위를 흐르는 꽃과 혀가 있어 어떤 날의 나는 오목렌즈, 어떤 날의 나는 볼록렌즈
햇빛과 빗방울도 투명 렌즈를 낀 눈,
제 맘대로 부풀거나 졸아든 돌덩이가 눈썹 아래 맺힌 검고 그윽한 그림자를 깨트리네
내가 기르는 앵무새는 날개 죽지가 찢어지네
우는 것은 방향이 다른 날개인가, 그림자와 상관없는 또 하나의 새인가
오래 전에도 앵무새를 기르던 왕이 있었다 하네 거울 속으로 수컷 앵무새를 날려 보냈다 하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울었다 하네
울지 말아요,
당신은 새장처럼 울기에 적당한 장소를 가졌잖아요
그리고 또, 내가 아는 어떤 거울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청동으로 깎아 만든 샘물에 내 얼굴을 비쳐보네
허상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청동 물결이 흔들리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인 슬픔, 여전히 더듬거리는 눈자위
나는 어디서 흘러온 강물일 까, 밤새 부푼 눈이 나무 가지에서 돋네
———
*『삼국유사』권2 기이(紀異) 흥덕왕 ‘앵무조’편
—《애지》2013년 봄호
-------------
강영은 /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최초의 그늘』『풀등, 바다의 등』등.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도살된 황소*를 위한 시간 / 김옥성 (0) | 2016.05.02 |
|---|---|
| [스크랩] 우연의 자판기 / 이기인 (0) | 2016.05.02 |
| [스크랩] 당신 잠 속으로 꽃을 물고 / 정수경 (0) | 2016.05.02 |
| [스크랩] 시인의 영토 (외 1편) / 전기철 (0) | 2016.05.02 |
| [스크랩] 사막의 식당 (외 1편) / 김성대 (0) | 201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