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확장 공사에 느티나무가 베어졌다 (외 1편)
송찬호
내 가까운 곳 느티나무가 베어져 쓰러졌다
나는 그에게서, 그 푸른 그늘에
앉아 있던 의자 하나와
올가미 한 개와
3만 볼트의 전기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런 걸 이제 무엇에 쓰나
요즘 누가 나무 아래 서성이다
번개에 맞아 죽나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내 사는 곳도 한때
자작나무숲이었다가
콩밭이었다가
옥수수밭공화국에서
이제 하우스딸기공화국으로 변했다
주말이면 골짜기 백합이
한 아름 복음을 안고
산을 내려오고
늑대들은 네일숍에 앉아
그들 발톱에
습기를 막기 위해 에나멜 칠을 한다
나는 처마 밑 말벌집을 제거하고
마당가 잡초를 베야한다
느티나무 혼도 지금쯤 천국에 다다랐을까?
에이, 그딴 거 생각 말고 드러누워 프로야구나 보자
—《詩評》2012년 겨울호
저수지
저 물의 깨진 안경을 보오
저 물의 젖은 손수건도 보오
물속에 4人가족 자동차가 살고 있소
물은 고요하고 깊으오
물의 벽지를 바꿔도 좋소
물의 침대를 새로 들여도 괜찮소
자동차는 바닥의 진흙에 박혀 더 산뜻하오
유서는 없었소,
저들은 지상에서
맨몸으로
수 없이 폭풍과 눈보라를 찍었소
그러니, 저 물에 빠진 도끼를 다시 꺼내지 마오
저들이 어떻게 사나 가끔씩
돌을 던져보아도 좋소
물가까지 쫓아온 빚쟁이들도 안부를 묻고 가오
찢어진 물은 곧 아물 거요
벌써 미끄러운 물위로 바람이 달리고 있소
—《문학들》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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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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