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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로 확장 공사에 느티나무가 베어졌다 (외 1편) / 송찬호

문근영 2016. 4. 25. 06:45

도로 확장 공사에 느티나무가 베어졌다 (외 1편)

 

   송찬호

 

 

 

내 가까운 곳 느티나무가 베어져 쓰러졌다

나는 그에게서, 그 푸른 그늘에

앉아 있던 의자 하나와

올가미 한 개와

3만 볼트의 전기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런 걸 이제 무엇에 쓰나

요즘 누가 나무 아래 서성이다

번개에 맞아 죽나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내 사는 곳도 한때

자작나무숲이었다가

콩밭이었다가

옥수수밭공화국에서

이제 하우스딸기공화국으로 변했다

 

주말이면 골짜기 백합이

한 아름 복음을 안고

산을 내려오고

늑대들은 네일숍에 앉아

그들 발톱에

습기를 막기 위해 에나멜 칠을 한다

 

나는 처마 밑 말벌집을 제거하고

마당가 잡초를 베야한다

느티나무 혼도 지금쯤 천국에 다다랐을까?

에이, 그딴 거 생각 말고 드러누워 프로야구나 보자

 

 

                   —《詩評》2012년 겨울호

 

 

저수지

 

 

 

저 물의 깨진 안경을 보오

저 물의 젖은 손수건도 보오

물속에 4人가족 자동차가 살고 있소

 

물은 고요하고 깊으오

물의 벽지를 바꿔도 좋소

물의 침대를 새로 들여도 괜찮소

자동차는 바닥의 진흙에 박혀 더 산뜻하오

 

유서는 없었소,

저들은 지상에서

맨몸으로

수 없이 폭풍과 눈보라를 찍었소

그러니, 저 물에 빠진 도끼를 다시 꺼내지 마오

 

저들이 어떻게 사나 가끔씩

돌을 던져보아도 좋소

물가까지 쫓아온 빚쟁이들도 안부를 묻고 가오

 

찢어진 물은 곧 아물 거요

벌써 미끄러운 물위로 바람이 달리고 있소

 

 

 

                       —《문학들》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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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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