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에튜드 (외 1편)
황인찬
혼자 집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한 번 마시면
멈출 수 없었다
물 없는 물병이 쌓여 갔다
여긴 다 마신 물병이 하나 둘 셋 열 열둘 스물
세는 일을 그만두자 물의 얼굴이 여길 본다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잘 알진 못하겠다 물의 질긴 표면이 이곳을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
아무도 없는 집이 심심했다 말 걸어 주는 사람도 없고
살아 있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것이 물의 표면에 고정된 것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물속은 조용하구나 그래도 목은 마르다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지금 말한 건 누구?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혼자 집에 앉아 있으면 나는 자꾸 물이 마시고 싶다 자꾸 물을 마신 걸 까먹게 된다
계속 물을 마셔야지 언제까지 마셔야 할까
모르겠어 일단 마셔
이건 또 누구의 중얼거림일까 나는 계속 물병을 비우면서
집을 나왔다
낮은 목소리
성가대에 들어간 것은 중학교 때였다
일요일 오후엔 찬양 연습했다
끌어내리듯 부르는 것이 나의 문제라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무로 된 긴 의자와 거기 울리는 소리가 좋았다
말씀을 처음 배운 것은 말을 익히기 전의 일이었다
그것을 배우며
하나님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공간이 울고 있었다
낮은 곳에 임하시는 소리가 있어
계속
눈앞에서 타오르는 푸른 나무만 바라보았다
끌어내리듯 부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마음이 어려서 신을 믿지 못했다
—시집『구관조 씻기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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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1988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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