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외 1편)
우대식
사선(斜線)의 철창을 몸 안에 박았다
살을 헤집고 철창을 박은 다음
콘크리트를 개어 발랐다
살 속으로 스미는 짠물
완연히 빛나는 철창을 부여잡은
두 손이 있다
아직 덜 굳은 철창을 흔들 때마다
명치끝이 아프다
어느 순간
손이 사라진다
검은 몸 어딘가로 서서히 떨어지는 손이 있다
완강한 강물 소리
혹, 녹슨 망치 소리
어떤 관념도 면회가 금지된 날
다시,
철창을 부여잡으려는
검은 손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돈(豚), 황
2010년은 우리 돈사(豚史)의 기록 가운데 지울 수 없는 치욕으로 남으리라. 아주 오래 전 우리의 조상이 예언했던 굽과 혀의 대재앙이 당도했을 때 어떠한 무리들은 굽을 가리고 야생의 짐승처럼 변장을 했으나 헛된 일이었다.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연대했지만 불어닥친 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 몇 개월 동안 마치 개처럼 순종의 혓바닥을 내둘렀지만 오히려 큰 화를 당한 무리들도 있었다. 세상의 인심은 무서운 것이었다. 지옥이 멀리 있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서 봉기를 준비했으나 적들의 가공할 만한 무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생매장. 더러 한 둘의 동지들이 비닐 장막을 뚫고 탈출하여 산속으로 망명을 도모했다는 풍문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형제들의 시신이 제대로 섞지도 못한 채 흥건한 피와 흐물대는 살들이 함께 흐르는 도랑에서 밤마다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텅 빈 축사에서 어느 양심적인 돈주(豚主)의 도움으로 숨어 지내며 나는 밤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노라. 살과 내장 그리고 네 발을 바쳐 충성했으니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슬픔 따위는 던져버리고 선언하노니 기필코 갚으리라. 그대들이 마시는 물속에 우리의 영혼을 담고야 말겠다. 자 마시라. 이 잔은 수고한 그대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니 남김없이 들라. 2010년 말 돈황에서 이 기록을 남긴다. 아아 아직 모래 바람은 가시지 않았다. 돈(豚), 황.
—시집『설산 국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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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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