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라멘
고영민
화분에 붉은 꽃대 두 주가
나란히 올라와 서 있다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 같다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을
아내와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영원히 사랑하겠느뇨?
주례목사가 되어 나는 묻고
눈먼 신부가 울음을 터뜨렸는지
꽃 이파리의
뒷등이 흔들렸다
키 작은 신랑의 어깨도 흔들렸다
오늘은 눈이 부시게 좋은 날!
부케를 던지고
가까운 온천에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
꽃이 피었다가 지는 사이,
저 캄캄한 꽃들에게도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이
생겼다
—《시와 사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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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등단. 시집『악어』『공손한 손』.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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