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시클라멘 / 고영민

문근영 2016. 4. 20. 09:17

시클라멘

 

   고영민

 

 

 

화분에 붉은 꽃대 두 주가

나란히 올라와 서 있다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 같다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을

아내와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영원히 사랑하겠느뇨?

주례목사가 되어 나는 묻고

눈먼 신부가 울음을 터뜨렸는지

꽃 이파리의

뒷등이 흔들렸다

키 작은 신랑의 어깨도 흔들렸다

 

오늘은 눈이 부시게 좋은 날!

부케를 던지고

가까운 온천에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

 

꽃이 피었다가 지는 사이,

저 캄캄한 꽃들에게도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이

생겼다

 

 

 

                       —《시와 사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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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등단. 시집『악어』『공손한 손』.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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