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대
오세영
누구는 그것을 벽이라 했고
누구는 그것을 길이라 했다.
날카롭게 절단된 돌과 돌이
이를 악문 바위와 바위가
빈틈없이 지고, 받들고, 고이고, 다지고, 끼워 맞춰
계곡의 비탈에 쌓아 올린 축대의
그 까마득한 높이.
위로는
트럭이 달리고,
버스가 달리고,
깃발들이 지나가고
연인들의 다정한 발걸음이 가볍지만
안간힘 써, 안간힘 써
암벽의 틈을 헤집고 뻗어올린 그 연약한
꽃대 하나,
이 아침
활짝 꽃잎을 터트렸다.
누군가는 그것을 벽이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길이라 하고…….
—《시와 정신》2013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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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및 대학원 졸업. 1965년~1968년 《현대문학》에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 시집 『봄은 전쟁처럼』『적멸의 불빛』『벼랑의 꿈』『무명연시』『사랑의 저쪽』『시간의 쪽배』등과 학술서적 다수가 있음.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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