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곰아 (외 1편)
진동규
다람쥐는 곰이 걱정이다 무엇을 따라한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이것저것 마구 먹어치울 때부터 무슨 사단이 나지 싶었다 백일 금식 참회에 들어간다는 것은 더 문제다
도토리 하나 받들고 찾아가보았다 햇빛 달빛 한 솔기 들지 않는 바위 굴속 눈도 뜨지 않았다 물도 먹지 않았다
미련하게 바위보다 힘이 센 것부터가 보기 싫지만 하는 수 없다 모아둔 갈참나무 도토리 창고를 헐었다 힘들지만 묵을 쑤고 묵국수를 만들었다 가지 끝에 감긴 바람이 국수 말리는 일을 도왔다 다람쥐야 오독오독 방아나 찧었지만 올깃쫄깃 맛은 밤새워 흐르던 물소리가 도왔다
긴 잠에서 깨어나는 날, 고로쇠나무 등걸을 죽죽 긁어대는 날 고로쇠물에 말아내는 묵국수 해장국
달라붙은 속 함께 달래자 곰아
감나무 시
달빛 듬뿍 찍어
창호지에 물오른 감나무 가지
감꽃 떨어지던 봄밤의
바람 감기던 거기
가지째 뚝 끊어지는데
익어가는 진양조의 오리발 시리게 누르고
기러기 몇, 하늘에 그림자를 새긴다
먹을 갈아 갈아
깊어가는 밤 추적추적 걷어다가
까맣게 굵어지는 감나무
—시집『곰아 곰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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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규 / 1945년 전북 고창 출생. 1978년 《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 시집 『꿈에 쫓기며』 『민들레야 민들레야』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구시포 노랑 조개』『곰아 곰아』, 시극『일어서는 돌』『자국눈』이 있음.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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