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소리의 악마 / 김행숙

문근영 2016. 4. 19. 06:40

소리의 악마

 

      김행숙

 

 

 

   그것은 유리창이라면 끌로 바깥세계를 긁는 것,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쥐와 고양이라면 꼬리에 불이 붙은 것, 뜨거운 꼬리로부터 시작되는

 

   그것은 너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목은 죽음의 화환을 걸기에 적합한 형상, 목구멍은 늘 죽음의 근처를 떠돌았다. 그러므로 목을 통로로 삼는다는 것, 그것은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살아나는 것, 너는 너에게 놀라고

 

   나는 나에게 놀라고, 그것은 거울이라면 깨지는 것, 깨진 거울이라면 다시 깨지는 것, 너는 네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것은 부정하는 것, 부정하고 부정하는 것, 스스로 멈출 줄 모르는 기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지나가지 않는다.

 

 

 

                       —《시평》 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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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 1970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같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 현재 강남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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