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귀신의 詩 / 강윤미

문근영 2016. 4. 14. 03:57

귀신의 詩

 

   강윤미

 

 

 

귀신이 써준 것 같은 당신의 시

요즘은 4차원의 시대니까

영감은 무슨 영감,

누군가 대신 써준 걸 거야

 

귀신 하면 엄마가 떠올라

죽음의 순간, 그녀의 몸속에

들어갔던 할아버지

어린 나는 할아버지라고 해야 할지

엄마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귀신이라고 생각했었지

어쩜 얼굴 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고 상상했었지

 

본 적 없는 표정이지만

어떤 때엔 나도 귀신이 된 것 같아

컴퓨터 앞에서 귀신이 되는 꿈을 꾸거든

내가 변신로봇도 아니고

아이와 씨름하다 갑자기 시인이 될 수는 없잖아

누구나 잠이 들면 반쯤은 귀신이 되니깐

 

귀신이 시를 써준다면 좋겠어

그래 준다면, 밥상에 기꺼이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겠어

새로 산 접시에 시 한 편 올릴 거야

내 이름과 똑같은 어여쁜 귀신 불러다

옆구리에 차고 잠을 잘 거야

 

 

 

                      —《시와 정신》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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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 / 1980년 제주 출생. 2005년 〈광주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2010년〈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대학원 졸업.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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