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詩
강윤미
귀신이 써준 것 같은 당신의 시
요즘은 4차원의 시대니까
영감은 무슨 영감,
누군가 대신 써준 걸 거야
귀신 하면 엄마가 떠올라
죽음의 순간, 그녀의 몸속에
들어갔던 할아버지
어린 나는 할아버지라고 해야 할지
엄마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귀신이라고 생각했었지
어쩜 얼굴 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고 상상했었지
본 적 없는 표정이지만
어떤 때엔 나도 귀신이 된 것 같아
컴퓨터 앞에서 귀신이 되는 꿈을 꾸거든
내가 변신로봇도 아니고
아이와 씨름하다 갑자기 시인이 될 수는 없잖아
누구나 잠이 들면 반쯤은 귀신이 되니깐
귀신이 시를 써준다면 좋겠어
그래 준다면, 밥상에 기꺼이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겠어
새로 산 접시에 시 한 편 올릴 거야
내 이름과 똑같은 어여쁜 귀신 불러다
옆구리에 차고 잠을 잘 거야
—《시와 정신》2013년 봄호
-------------
강윤미 / 1980년 제주 출생. 2005년 〈광주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2010년〈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대학원 졸업.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그리운 늑대 / 유미애 (0) | 2016.04.14 |
|---|---|
| [스크랩] 빈 방 / 박찬세 (0) | 2016.04.14 |
| [스크랩] 둥근 사이 / 박덕규 (0) | 2016.04.14 |
| [스크랩] 확장되다 / 김주대 (0) | 2016.04.14 |
| [스크랩] 미열微熱 / 황인숙 (0) | 2016.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