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다
김주대
휘파람은 소리가 예쁜 새가 되는 게 분명합니다
가만히 휘파람을 불면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잖아요
발바닥은 흘러가서 뱀이 되었을 겁니다
숲길을 밟는 몇 발자국 앞에 뱀을 본 적이 여러 번이거든요
물론 한숨은 바람이 되었겠지요
말하자면 왜소한 한 인간의 슬픔이 자연으로 거대해지는 거
바람소리를 들어보세요 그건 누가 뭐래도 똑 한숨소리거든요
머릿속의 생각들은 뭉글거리며 떠올라 어느 날 구름이 된 게 맞아요
잊어버리고 싶을 때 구름이 소나기로 내리는 건
씻은 듯이 잊으라는 거겠지요 그럴 겁니다
새가 되고
뱀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그러니까 나는 끝없이 주변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아니 묽어지면서 내가 없어질 때까지 넘치는 거지요
사라지면서 전부가 되는 거 말입니다
여자를 만나 가슴이 붉어질 때 꽃이 피었고
여자를 잃고 식은땀을 흘리며 앓을 때 함께 앓던 계절
그렇지 않고서야 지난여름이 그렇게 무더울 수가 없잖아요
나인 것도 나 아닌 것도 없는 거기까지 살다가
모든 나가 사라지면서 전부가 되는 걸 얘기하는 겁니다
—《불교문예》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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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9년 《민중시》,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도화동 사십계단』『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꽃이 너를 지운다』『나쁜, 사랑을 하다』『그리움의 넓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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